[은혜의 샘물] 첫 시간을 주님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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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의 샘물] 첫 시간을 주님께
  • 김기창 장로
  • 승인 2023.07.03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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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창 장로 / 천안 백석대학교회 원로장로, 전 백석대학교 교수
김기창 장로 / 천안 백석대학교회 원로장로, 전 백석대학교 교수

“장로님! 오늘 새벽에 안 보이던데 무슨 일이 있었슈?”

고희(古稀)가 다 되신 사감(舍監) H 목사님이 나를 보자 의아하신 표정으로 말씀하신다. 전날, 밤늦게까지 강의 준비를 하고 집에 돌아와 새벽에 미처 일어나지 못한 것이다.
“아이구, 죄송합니다.”

근무했던 대학교가 개교한 1994년 당시, 교내에 있는 ‘대학교회’에는 장로가 나 혼자뿐이어서 매주 예배 대표 기도를 하고, 근무 중에 담임목사님과 함께 심방도 하며, 교회의 몇 개 위원회 일도 맡아 하는 등 교수와 장로의 일을 겸하여 하느라 매우 힘들었다. 이런 이유로 절대시간이 부족하여 가끔 새벽기도회에 나가지 못할 때가 있었다.

H 목사님은 ‘장로는 새벽기도회에 꼭 참석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으셔서 나는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실은 새벽기도회 참석하는 게 생활화되지 않은 것이 부끄럽기도 했다. 어쨌든 기도회에 나오지 못한 날은 H 목사님을 피해 다니기까지 했다.

새벽기도회에 나간 지 여섯 달쯤 되니 생활의 리듬이 잡혀 큰 부담감 없이 꾸준히 나갈 수 있었다. 이를 가장 반기시는 분은 어머님이셨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새벽기도회에 나가고 싶으신데 그동안 차마 나에게 말씀을 못하신 것이다. 기도 후 귀가하여 식사 전까지 두 시간을 잘 활용했다. ‘아침형 인간’으로 바뀐 것이다. 아침의 한 시간은 낮의 세 시간이란 말이 실감 났다. 쓸 만한 아이디어도 샘솟고, 잊고 있던 감성도 되살아나 글도 잘 써지며, 맑은 정신이라 독서에도 능률이 올랐다. 또, 결정이 망설여지는 일들도 그 시간엔 바르게 판단할 수 있었다.

한겨울에 차에 서린 서리를 긁으며 새벽 기도회에 가는 것을 안쓰럽게 여긴 집사람이 지하 주차장이 있는 아파트로 이사를 가자고 했다. 그러면서 망설임 없이 인근의 부동산에 들어가 계약을 하고 서울로 올라갔다. 작은 물건 하나 사는데도 이모저모 따져보는 나에게는 굉장한 충격이었다. 경제적으로 무리한 일이었으나 목적이 선한 데 있으니 순조롭게 이루어지리라는 확신이 왔다. 바로 이사하여 지금까지 이곳에서  살고 있다.

정년퇴임 후 튀르키예의 한 대학의 초빙을 받아 4년 동안 해외에 나가 있었고, 이어서 코로나 사태를 맞아 새벽기도회 생활 리듬이 깨어졌지만 곧 회복되리라 믿는다.

새벽기도는 한국교회의 독특한 기도 양식으로, 우리나라 교회가 세계에서 유래를 보기 힘든 부흥을 이루는데 큰 원동력이 되었으며, 세계교회에 기도하는 한국교회의 모습을 보여주는 자랑거리이기도 하다. 하루를 시작하는 새벽에 주님과 대화하는 것은 참으로 귀한 일이다. 새벽은 조용하고 낮 시간보다 맑고 고요하여 집중이 잘 되는 시간이다. 그래서 하나님의 음성에 집중하며 하나님과 깊은 교제를 나눌 수 있다. 예수님은 그 비밀을 이미 아셨기에 새벽 미명에 기도하셨다. 믿음의 사람들은 다 새벽에 기도의 제단을 쌓았다. 기도의 용사 다윗과 그의 사람들은 시편 곳곳에서 새벽에 기도한다는 것을 말했다.

“새벽 아직도 밝기 전에 예수께서 일어나 나가 한적한 곳으로 가사 거기서 기도하시더니”(마가복음 1:35)
“하나님이 그 성 중에 계시매 성이 흔들리지 아니할 것이라 새벽에 하나님이 도우시리로다”(시편 46:5)

M 변호사의 새벽기도에 대한 간증 말씀이 마음에 와 닿는다. 다디단 잠을 깨우고, 포근한 잠자리를 뒤로 한 채 새벽에 나아와서 하나님 앞에 서면, 하나님의 은혜가 채소 위에 단비처럼, 마른 땅 위에 단비처럼 촉촉이 내리는 체험을 할 수 있었다. 기도에 깊이 들어가서 뜨겁게 기도하면, 성령이 폭포수처럼 한량없이 쏟아지는 체험을 할 수 있었다는. 나도 늘 이런 경지에 들어가고 싶다.

오늘도 새벽기도 길에 나서며 L 목사님의 말씀을 되새긴다. 

“새벽을 재촉하십시오. 새벽을 딛고 일어서십시오. 잠든 자에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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